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 등이 앓은 질병인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현대 첨단의학으로도 완전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1∼2%정도가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뇌졸중, 치매와 함께 3대 노인성 뇌신경계 질환이다. 국내의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으나 인구 1천명당 1∼2명 정도의 비율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엔 노년층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도 잘 걸려 관심이 커지고 있다. 파킨슨병은 초기 증상이 우울증이나 치매, 뇌경색증, 노환과 유사해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부적절한 민간요법을 써 다른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난치병으로 꼽히는 파킨슨병의 증상과 치료법 등에 대해 전남대병원 신경과 최성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파킨슨병이란.
파킨슨병은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의 흑질 부위 신경세포가 손상됐을 때 발생한다. 도파민은 뇌신경 세포들 간에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하나다. 파킨슨병으로 도파민 호르몬 분비 조절에 문제가 생기면 먼저 손이 떨리는 증상으로부터 시작해 차츰 보행 장애, 무표정, 평형감각 상실, 우울증, 배뇨장애 등을 겪게 된다. 흑질 부위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이유는 의학적으로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주요 증상
파킨슨병은 4가지의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
첫째는 떨림이다. 가장 눈에 띄는 증상으로 주로 편한 자세로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나타나고 손이나 다리를 움직이면 사라지거나 감소한다. 둘째는 몸의 행동이 느려진다. 사물이 점차 작게 보여 단추를 끼우는 작업과 같이 미세한 움직임들이 갈수록 어둔해진다. 목소리가 작아지기도 하고 걸을 때 보폭이 줄어들며 팔의 흔들림도 감소해 구부정한 자세를 하게 된다.
셋째는 강직으로 근육이 뻣뻣해진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근육이 조이거나 당기는 느낌, 혹은 근육의 통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넷째는 자세불균형으로 몸의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쉽게 넘어진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꼬이기도 한다.
이 외에도 우울증, 불면증 및 기타 정신적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고, 저혈압증, 호흡 부조화, 얼굴 달아오름, 땀 흘림, 변비, 배뇨 장애, 침 흘림, 손·발의 부종, 피로, 이상 감각 증세 및 근육 통증 등 전신의 여러가지 증세들이 일어날 수 있다.
파킨슨병 이외에 다른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서도 파킨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파킨슨-플러스’라고 해서 파킨슨 증상과 함께 술 취한 사람처럼 걸음을 걷는 실조증, 소변을 잘 못 가리거나 혈압이 불안정한 자율신경장애, 기억장애나 환시와 같은 치매 증상 등을 동반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 있다. 또 ‘이차성 파킨슨증’ 이라고 해서 약물, 뇌혈관질환, 뇌종양, 뇌염, 권투 시합과 같은 반복적인 뇌의 외상, 연탄가스에 의한 중독 등에 의해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남대병원 신경과 최성민 교수는 “파킨슨병의 초기에는 특징적인 증상들이 나타나지 않거나, 증상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질환과의 구분이 어려워 병이 한참 진행된 후에야 파킨슨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꾸준한 치료 중요
파킨슨병은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으나 적절한 진단과 함께 전문의에게 꾸준한 치료를 받을 경우 증상의 완화 및 충분히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다.
파킨슨병의 치료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그리고 수술적 치료 등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본 치료는 약물 치료다. 약물로 조기 치료할 경우 질병의 진행을 줄일 수 있다. 약물 치료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난 약물은 도파민성 약물인 레보도파 제제다. 하지만 레보도파 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효과가 짧아지거나 팔다리가 꼬이는 이상운동증을 겪게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환자의 하루 일과 및 운동능력을 정확히 평가해 적절한 용량과 정확한 시간에 복용해야 최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리치료는 굳어진 근육과 관절을 풀고 운동량을 증가시켜 증상을 호전시키는 중요한 치료법이다.
물리치료 이외에도 체조, 걷기, 수영 등 본인이 좋아하고 체력에 맞는 것을 택해 매주 3∼5회 정도 규칙적으로 시행하는 운동요법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특별한 준비 없이 집에서도 할 수 있으며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술적 치료는 약물치료를 충분히 한 후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고려할 수 있다. 약물치료는 처음 3∼5년 정도는 효과가 좋지만 차츰 효과가 떨어져 하루 3회 약물복용으로도 약 효과가 없는 시간이 나타나게 된다. 이후 좀 더 지나게 되면 뇌신경이 약에 과민해져서 약 효과가 있을 시기에 팔다리가 꼬이고 원하지 않게 움직이게 되는 이상운동증을 보이게 된다. 이 시기가 되면 약물의 용량이나 복용횟수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전에는 병들어 있는 뇌조직을 부분적으로 파괴시키는 ‘신경파괴술’을 시행했으나, 최근에는 과민해져 있는 뇌부위를 전기로 자극시켜 신경전달을 차단시키는 ‘심부뇌자극술’이 주로 이용된다.
최성민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특별히 몸에 좋은 음식이나 조심해야 할 음식은 없지만 영양분을 고르게 섭취하고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되도록 자주 움직이고 특히 식사 후에는 5~10분 정도 산보가 좋다”며 “스트레스를 잘 풀고 편한 마음 상태를 갖도록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매·뇌졸중과 차이점
파킨슨병은 치매나 뇌졸중과 증상이 비슷해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전혀 다른 병이다. 뇌졸중은 뇌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긴다. 증상은 갑자기 한쪽 얼굴이나 팔, 다리 등에 힘이 빠지거나 저린 느낌이 들고, 어지럽거나 자꾸 한쪽으로 쓰러지려고 하며 발음이 어눌해지고 한 쪽 눈이 침침해진다. 또 시야의 한 쪽 부분이 잘 안 보이고 평소에 없던 두통이 갑자기 생기는 등의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파킨슨병은 초기 증상으로 전신 피로, 권태감, 팔다리 통증이나 묵직한 느낌 등이 나타난다. 증세가 오른쪽 또는 왼쪽 한편으로 치우쳐 나타나기 때문에 관절염이나 오십견 또는 신경통 등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파킨슨병 환자의 약 20%에서 치매가 동반되기도 하지만 파킨슨병은 운동신경 이상으로 움직이는 데 불편을 겪을 뿐 치매처럼 지능이 떨어지거나 성격이 변하지는 않는다.
최성민 교수 / 전남대학교병원 신경과